"K-패스". 그 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사용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환급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얼마 전에 K-패스 카드를 신청한 모양이다. 

카드 배송 기사가 오기 전에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전화를 받고 난 엄마는 "어떤 할아버지가 공공근로사업 같은 거 일환으로 배송일을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무슨 대화가 오갔길래 통화 한 번에 저런 추측을 하시는 거지?' 

이내 배송 기사님께서 도착하셨고, 문을 열어드린 엄마는 정말 "한참"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살면서 그냥 서명 하나 하고 카드 수령하는 데에 그렇게 오래 기다린 적이 없었는데, 그 할아버지 기사님은 계속 혼자서 한숨을 쉬시고, 짜증을 내셨다. "기계에다가 대고" 말이다. 말을 들어 보니 몇 군데 정해진 지역을 직접 다니시며 카드를 배송하시는 것 같았다.

마음이 착잡해졌다. 사랑하는 나의 부모님도 요즘 "눈에 보일 정도로 늙어가시는" 중이다. 그래서 늙는다는 게 얼마나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일어나는 일인지, 그리고 늙는다는 게 무엇인지, 요즘 한창 알아가고 있다.

그 할아버지는 일을 정말 못 하셨다. 그래서 아마 일반적인 일자리를 구하시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카드배송사업단 같은 어떤 일자리 지원 사업의 도움이 필요하셨을 것이다. 우리 아빠도 지금 아빠의 일터에서는 ...마찬가지일까? 얼마 전에 아빠가 핸드폰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엄청 놀랐던 적이 있다. 너무, 너무, 너무 느려서. 파인애플을 보고, 콘푸로스트를 보고 그 이름이 생각이 안나서 "레몬"이라거나, "저거 이름이 뭐더라" 하는 모습을 보고 또 식겁을 하기도 했다. 어떻게 파인애플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날 수 있냐며... 

저 할아버지도 우리 아빠랑 다를 게 없고,

아마 나도 시간이 지나면 그분들처럼 기능이 많이 떨어지겠지? 그 누구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는데도! 

늙는다는 게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어야먄 따뜻한 사람인 척 시늉이라도 내비치는, 점점 차가워지는 사회에서 노인의 위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생각이 많아졌다. 모르겠다, 이게 무슨 감정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