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바삭한 탕수육의 여운에서 오는 설레는 한숨)
나는 사업가라는 사람들의 머리 굴리는 방식이 너무 싫었다.
나도 언젠가는 사업을 하게 될 거고, 그들의 사고방식에 존경심까지 느끼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사업가가 아닌 나는, 적어도 이윤을 향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사고"가 항상 못마땅했다.
백종원이라는 사람도 좋게 보이지 않았다.
방송 중에 방탄소년단에게 전화해서 본인 햄 홍보 부탁하는 모습 자체가, 너무 사람을 대놓고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 게 아니라 사실 사람을 이용한 것은 맞지. 맞는데 정말 싫은 건 그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으로 살짝 그 상황의 표면을 덮어서 마치 인간적으로 순수한 어떤 우정이 있는 것처럼, 세상 선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포장을 하는 모습 자체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행동이었지만, 돈 많고 온세상이 떠받드는 그의 입장을 굳이 미천한(?) 내가 헤아리기 위해서 애를 쓸 필요는 없다고 당시엔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부정적인 마음이 내 안에서 활개를 치도록 방치했다.
백종원을 화사하게 조명하던 미디어의 색채가 수상쩍게 바뀌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내 안에 있던 어떤 부정적인 마음이 미디어랑 만나며 증폭이 되어서 그의 브랜드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지게 되었다.
모든 게 결국은 돈이었구나. 돈이 먼저였구나. 사람도, 음식도 결국 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돈에 대한 욕심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었구나. 절대 그의 브랜드를 다시는 이용하지 않으리!
하지만 일개 가난한 인간133342일 뿐인 나는, "5천 원 할인" 같은 큰 할인 행사를 하면, 그것이 아무리 그의 브랜드여도 이용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홍콩반점0410에 입문하게 됐다.
내가 홍콩반점0410에 집착하게 된 것은 딱 한 번의 경험 때문이었다.
탕수육도, 리뷰 이벤트로 같이 온 춘권도 정말 하나도 기름지지 않고 엄청 바삭하게 맛있게 잘 튀겨져서 온 적이 있었다. 정말 환상적이었다.
콩깍지가 씌이고 나니까 어, 왠지 짬뽕에 홍합 껍데기 안 들어 있는 것도 너무 좋은 것 같고, 면도 유독 쫄깃한 것 같고, 가격도 엄청 저렴한 것 같았다.
게다가 그런 긍정적인 인상을 받은 내가 남긴 리뷰에, 사장님은 (평소에 답글을 잘 남기지도 않는 분 같은데) 거의 울먹이는 듯한 말투로 감사하다고 남기셨다. 마음이 짠했다.
그 후로 몇 번 더 시켰지만, 탕수육은 기름이 흥건하고 말랑말랑했다.
부모님과 같이 식사를 할 때는 부모님 혈관 생각해서 중국집은 되도록이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오늘은 김장날, 수고한 엄마가 짬뽕을 먹고 싶다고 하는데 어떻게 안 시켜 드리나! 그래서 짬뽕집을 고르는데, 홍콩반점에서 정말 맛있게 먹었던 처음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또 미련이 남아서 굳이 홍콩반점에 시키게 됐다.
홍콩반점에서 시킨 탕수육 세트
대만족이었다. 기복이 있긴 하지만 오늘은 튀김이 세상 파삭했고... 지난번에 다 떨어져서 못 주신 춘권가지 챙겨 주셨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백종원이 문제인가?
이렇게 맛있게 음식을 만든 분에게 감사할 따름이고,
그냥 잘 먹은 후에 드는 지금의 만족감이 감사할 뿐이다.
지금 이 느낌 잘 기억했다가 나중에 내가 사업하게 되면 써먹어야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