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북 리더기를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일명 단골 주제들이 몇 개 있습니다. 바형 리더기를 사고 싶은데 추천을 부탁한다거나, 너무 예쁜 다이어리를 발견했다던가 하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섬세한 감성의 주제들입니다.
그중에서도 ‘이북 리더기의 작동 방식’에 대한 질문도 자주 보이는데요, 오늘은 “도대체 왜 흑백 이북 리더기가 더 선명하다고 하는 걸까” 하는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흑백 잉크 패널
- 광원에서 발생한 빛이 직접 눈으로 들어온다.
- 다른 곳에서 발생한 빛이 어떤 물체에 부딪혀서 반사된 다음 눈에 들어온다.
1픽셀의 표현
칼레이도 3과 같은 컬러 패널은 어떻게 작동할까?
컬러 이북 리더기는, 저 흑백 잉크 패널 위에 ‘RGB 컬러 필터’를 덧씌운 것입니다.
구조는 (위에 있는 것이 최상단입니다)
- 프론트라이트
- 터치 패널
- 컬러 필터층
- 마이크로캡슐 패널
- TFT 패널
이 순서로 구성되어 있어요. 마이크로캡슐 안의 하얀색·까만색 알맹이가 화면을 표현하고, 그 위에 컬러 필터가 덧씌워져 있는 구조인 거죠.
앞에서 ‘점 1개 = 마이크로캡슐 1개’라고 했죠? 이 점 1개 위에는 컬러 필터의 색상 1개가 배치됩니다.
점 1 = 빨강
점 2 = 초록
점 3 = 파랑
이런 식이에요. 실제로는 디자인마다 다르지만, 우리 눈이 초록색 정보를 가장 많이 밝기 정보로 인식하기 때문에 초록 픽셀을 두 번 넣어서 “빨강, 초록×2, 파랑” 네 개를 세트로 구성하기도 합니다.
컬러 이북 리더기의 해상도가 더 낮은 이유
자, 그럼 4개의 픽셀은 흑백에서는 4개의 점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컬러에서는 4개의 픽셀이 각각 빨강, 초록, 파랑(그리고 설계에 따라 추가 초록/투명)을 담당하고, 이 네 개가 합쳐져 하나의 색 점을 표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흑백에서는 4개의 픽셀로 4개의 점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던 것이, 컬러에서는 (여러 색이 섞여야 우리 눈에 하나의 색으로 보이니까) 4개의 픽셀이 모여 1개의 색 점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는 거예요.
그래서 “흑백 300ppi, 컬러 150ppi”라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컬러 이북 리더기의 화면이 더 어두운 이유
아직 의문이 다 풀리지 않으신 거 알아요! 흑백 캡슐 위에 컬러 필터가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색상을 표현한다는 걸까요?
자, 마이크로캡슐이 까만색을 표현하면, 까만색은 어차피 모든 빛을 흡수한 상태이기 때문에, 컬러 필터를 거쳐 보아도 여전히 까만색입니다. 그러니까 컬러 이북 리더기에서 까만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냥 마이크로캡슐에서 까만 알맹이들이 위로 올라오게만 하면 돼요.
그럼 하얀색은 어떻게 표현할까요?
네... 완벽하게는 표현 못 합니다.
하얀 빛이라는 것은 “여러 파장의 빛이 섞인 빛”입니다. 태양빛을 예로 들면 빨주노초파남보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과 자외선까지 들어 있어요.
우리는 R(빨강), G(초록), B(파랑) 세 가지 원뿔세포로 색을 인지하는데, 하얀색으로 보이려면 RGB 빛이 충분히 섞여서 눈에 들어와야 해요.
하지만 컬러 이북 리더기는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 컬러 필터(R/G/B) 사이 간격이 넓어서 빛이 충분히 섞이지 않는다.
- 반사광 기반 기기라 애초에 들어오는 빛 자체가 스마트폰보다 훨씬 적다.
- 마이크로캡슐의 “하얀 알맹이”도 구조적으로 종이처럼 완전히 새하얗지는 않다.
- 컬러 필터는 특정 파장만 통과시키기 때문에, 빛의 많은 부분이 필터에서 흡수된다.
그래서 빛은 가뜩이나 적지, 그 적은 빛은 컬러 필터를 지나며 더 약해지지, RGB 서브픽셀 간 간격 때문에 하얀 점으로 보일 정도로 잘 섞이지도 않지… 그래서 화면이 전반적으로 어둑하고 탁하게 보이게 되는 겁니다.
정리를 하자면,
- 흑백 잉크 패널의 까만색 + 빨간 필터 = 까만색
- 흑백 잉크 패널의 하얀색 + 빨강·초록·파랑 필터 = 약간 어두운 하얀색
- 흑백 패널의 밝은 영역 + 빨간 필터(나머지는 검정) = 파스텔톤 빨간색
이렇게 색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제가 그림을 그려 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눈이 감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