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맥락막위축증(Choroideremia)은 전세계적으로 약 5만 명에서 10만 명에 한 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하시는 분들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조차 부족할 정도로 희귀한 질환입니다. 

제가 유전자 검사를 받았을 때, 제 기억에 한국에서 동일한 질환으로 해당 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받은 사례가 몇백 명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제가 아무리 이 병에 대해서 공부해서 영상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그 영상을 찾아서 보게 되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일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볼 사람이 없을 테니 영상을 만드는 게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다 만들고 업로드까지 한 지금은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조금 헛헛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적어도 영상을 완성하는 동안 한 번도 제가 만들 이 영상의 가치를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각종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약 2만 개 있다고 합니다. CHM 유전자는 그 중 하나일 뿐입니다. 2만 개 중 한 개에 생긴 아주 작은 변이 때문에 한 인간의 눈이 실명되어 간다는 것은 참 억울하기도 한 일입니다. 하지만 너무 감사한 사실은, "CHM 유전자가 병의 원인이라는 걸 알고 있고, 내가 CHM 유전자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인을 알고 있는 이상 치료제가 나오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환자로서 치료제를 기다리며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병에 대해 잘 이해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며 최대한 현재의 눈 상태를 오래 보존하는 일일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저처럼 범맥락막위축증을 앓고 계신 분들이 위의 영상을 보고 이 병에 대해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