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해야 하는 말은... 건강에 대한 1순위 조언자는 담당 의사입니다! 또한 혈당 반응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 직접 경험을 해 보고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이런 경험담은 맹신하지 말고 참고만 해 주세요.
서론
우리 엄마는 교회에만 갔다 하면 떡, 과자, 사탕, 바나나 등을 그렇게 받아 온다. 어르신들이 달달한 간식을 좋아하시고, 그런 간식들이 행사가 있거나 할 때 준비하기도 편해서 자꾸 교회 사람들이 그런 ...음... 본의 아니게 "혈관계의 사탄" 역할을 자처하시는 것 같다. 거의 몇 주 연속으로 교회에서 자꾸 백설기 두 덩이씩 들고 오는 엄마에게 나는 난리를 친다.
"떡 좀 그만!"
"엄마, 백설기 어떻게 만드는지 몰라? 쌀가루에 설탕 섞어가지고 찐 거야! 둘 다 혈당 엄청 올려!"
내가 어렸을 때, 갖고 있던 유전 질환으로 한쪽 눈이 실명되었다는 걸 알게 된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걸 해 주고 싶었던 것 같다. 아빠 차를 타고 다같이 강화도에 있는 한 기도원에 자주 다녔다. 가면 뭐 다같이 찬송하고, 기도하고 그랬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위험한 단계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나를 바닥에 눕혀 놓고 기도해 주시는 분이 내 두 눈을 아파서 괴로울 정도로 꽉 누르며 방언을 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항상 그 자리에 누우면 '빨리 잠들었으면 좋겠다, 아픈 걸 느끼기 전에 잠들어서 눈을 뜨면 다 끝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게 의학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20년이나 더 흘러서 알게 되었다. 엄마를 눈과 관련해서 원망한 적은 단 한순간도 없다. 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내 마음 안에 공고하게 자리 잡은 철학은 있다. "사람의 마음은 건강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신앙은 신앙이고, 건강은 건강이다.
아직도 우리 엄마는 내가 "그거 몸에 안 좋은 거야" 하고 지적할 때마다 "먹을 땐 맛있게 먹는 거야"라는 한결 같은 문장으로 응수한다. 요즘 떠도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뭐 그런 부류의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걸? 같이 앉아서 맛있게 교회에서 가져온 떡 먹고 1시간 있다가 혈당 재 보라고 했더니 엄마 혈당이 200이 넘게 찍히는 걸? 엄마 주변 친구들이 당뇨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이 하나 둘 들려오는 걸?
글을 쓰는 지금은 2025년 11월 마지막 날, 나는 작년 4월 정도부터 부모님의 혈당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혈당에 관해서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오늘은 특별히 배달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내가 인터넷에서 제일 자주 찾아본 주제가 "혈당 안 올리는 배달 음식"이었거든...!
배달 음식을 고르는 큼직한 기준
나는 알고 있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먹지 말라"고 하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결론은 "뭘 먹으라는 거야, 먹을 게 없네"가 될 것이란 걸 말이다. 그래서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어차피 배달 음식 먹을 작정을 하고 여기 오셨을 당신에게 당신 바이브에 맞는 답변을 하려고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마음에 두고 음식을 고른다.
⛔ 탄수화물: 일단 경계, 혈당 올린다.
✅ 괜찮은 탄수화물: 그나마 덜 정제된 탄수화물, 식이섬유
✅ 단백질: 혈당 안 올린다. 근육 유지에 필요하다.
⛔ 지방: 혈당은 안 올리지만 혈관에 나쁘다. 혈당을 질질 끈다.
✅ 그나마 나은 지방: 불포화지방
이렇게 단순화한 5개의 기준을 마음 안에 세워 놓으면, 판단이 조금 빨라진다.
짜장면, 짬뽕: 면이니까 건강 생각하면 패스, 하지만 둘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면 짜장 소스에 감칠맛 준다고 설탕, 걸쭉하게 만든다고 전분물, 춘장 볶는다고 기름 잔뜩 들어가는 걸 알고 있어서 짬뽕이다. 그런데 짬뽕이 나트륨 정말 높아서 국물은 최대한 안 마셔야 한다. 혈당 막다가 고혈압 오는 것도 좀 그렇잖아.
탕수육: 소스 조금만 찍어 먹으면 혈당 때문에 안 먹을 정도는 아닌데 튀긴 거라 몸에 좋을 수는 없다.
우동: 되도록이면 패스, 우동은 너무 면이 주연이다.
아구찜: 밥 양만 잘 조절하면 되는데, 밥이 은근히 혈당 엄청 올린다.
냉면: 되도록이면 패스. 물냉도 육수에 설탕 잔뜩, 비냉도 소스에 설탕 잔뜩이다. 굳이 고른다면 비냉은 면에 소스가 잔뜩 묻기 때문에 그나마 물냉인데, 냉면은 혈당 챙긴다면 패스.
백숙: 매우 훌륭, 찰밥이나 칼국수 말아 먹으면 그거 양은 조절 필수, 닭만 먹으면 그냥 최고의 음식이다.
떡볶이: 없는 음식. 배달 음식은 당연히 패스고, 정말 먹고 싶을 때는 현미귀리떡 같은 거에 저당 고추장을 써 보기도 했는데 떡은 떡이다. 떡은 없는 음식이라고 치자.
순대: 없는 음식.
튀김: 혈당 때문은 아니고 고온의 기름에 튀긴 게 안 좋아서 피하는 걸 권장. 일단 김말이 같은 건 먼저 피하자.
게장: 양 조절만 잘하면 괜찮은데 밥도둑이라며 두 공기는 금물.
닭도리탕: 감자 너무 먹지 않고 밥 너무 많이만 안 먹으면 괜찮음. 당면 같은 이상한 토핑 되도록이면 피하자.
김치찌개: 밥 양과 염분 조절만 좀 하자. 두부 같은 토핑은 매우 훌륭.
생선구이: 밥 조절만 잘 하면 최고
닭발: 같이 오는 주먹밥 조심, 소시지는 발암 물질 때문에 조심, 국물 닭발에 중국당면 조심.
타코: 양 조절만 잘 하자.
마라탕: 당면 조심, 떡 조심, 햄 조심.
샤브샤브: 매우 훌륭, 칼국수나 죽 먹을 때 양만 조절.
국밥: 되도록 피하자.
김밥: 방심 1순위 메뉴인데, 혈당 엄청 올림.
파스타: 면 중엔 그나마 혈당 천천히 올림, 듀럼밀에다가 오일 코팅 때문에. 되도록이면 기본 오일 파스타! 크림류 시킬 거면 나트륨이랑 지방 경계.
치킨: 치킨이 은근 혈당을 잘 안 올리지만 되도록이면 굽네 같은 구운 걸로. 내가 제일 많이 시키는 배달 음식이다.
보쌈, 족발: 보쌈, 족발 자체는 괜찮은데 같이 오는 막국수를 안 먹을 자신이 없고, 막국수 먹으니까 혈당 잘 오름.
훈제오리, 오리주물럭: 적당히 먹으면 괜찮음.
샐러드: 너무 드레싱 범벅만 아니면 훌륭.
케이크: 치즈케이크 종류가 혈당 면에서는 괜찮은데 포화 지방이 너무 많음, 파리바게트에 저당 요거트 케이크 있는데 맛있고 당이 다른 케이크에 비해 현저히 적음, 생일 같은 이벤트 때문에 꼭 먹어야만 할 때 양 조절 할 것.
육회: 그나마 괜찮다.
연어: 그나마 괜찮다.
찜닭: 요즘 저당 찜닭에 곤약면 넣어서 파는 브랜드 있다, 설탕 많이 들어가고, 감자와 당면 토핑이 필수인 메뉴라 이 자체로는 몸에 좋다고 못 하겠다.
피자: 피자는 진짜 피자마다 다르다, 단 소스 범벅하고 빵 두툼한 곳도 있고, 그냥 피자 본연의 맛에만 충실한 곳도 있는데 피자만 잘 고르고 양 조절 잘 하면 괜찮다.
햄버거: 감튀 빼고 제로콜라, 양 조절.
쌈밥: 밥 조절만 하면 괜찮다.
포케: 샐러드니까 괜찮다고 방심하지 말고 밥 조절하자.
쫄면: 없는 음식, 극단적으로 면을 조금, 양배추나 콩나물 등 야채 많이, 알룰로스 넣어 직접 만든 소스 넣어 먹으면 괜찮았다. 그렇지 않을 때는 엄청 올린다.
만두: 혈당은 만두피에서 올라간다. 집에서 혈당 안 올리는 재료로만 소를 만들어도 6개 정도부터는 혈당 많이 오름.
초밥: 없는 음식. 회는 괜찮다.
샌드위치: 서브웨이 양 조절 잘하거나 샐러드 파는 곳에서 통밀빵에 양상추 두둑히, 리코타 치즈 들어간 거 정도는 나쁘지 않다.
과일: 블루베리, 딸기, 체리, 블랙베리 등 베리류 적당량이나 사과 좀 괜찮고 잘 익은 바나나 경계, 포도 같이 달달하고 술술 넘어가는 과일 경계, 계속 먹게 되는 감말랭이 같은 말린 과일 경계
결론
뭘 먹든 양 조절은 필수, 배달 음식은 그냥 "맛있기 위해서 뭘 넣었어도 안 이상할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딱 경계를 하는 게 좋다. 절대로 먹고 나서 "뭐야, 안 올린다더니 오르잖아" 하지 말고 본인만의 메뉴와 양 기준을 정립하시길! 가게마다 재료도 천차만별이니 여기는 괜찮다 싶은 단골집 하나 정하는 것도 정신 건강 관리에 좋다. 하나 팁을 드리자면, "먹고 싶은 욕구 채우는 용도"의 메뉴와 "배 채우는 용도"의 메뉴를 따로 두면 좋다. 예를 들어, 피자가 먹고 싶으면 맛 없는 양배추 샐러드 하나 만들자. 맛있게 피자 한 조각을 먹고, 맛 없는 양배추 먹어서 배 좀 채우고 마무리는 다시 피자 먹어서 피자로만 배가 부른 척 스스로를 속이자. (반 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