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청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팔마 2 프로의, 개봉기가 아닌 찐 사용 후기를 가져왔는데요, 들어가기에 앞서 말씀드릴 것은 저는 이 팔마 2 프로를 통해 이북 리더기 자체를 처음 경험했어요. 그래서 제 경험담은 다른 이북 리더기들과의 날카로운 기술적 비교에 기반한 것이 아니고, 순전히 "이북 리더기는 이럴 줄 알았는데 저렇더라" 정도의 가벼운 사용 후기에 불과하니 참고하여 읽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팔마 2 프로, 좋은 점들 

팔마 2 프로를 사용하면서 '아, 이 경험 정말 너무 좋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 번 있습니다. 방 안에 햇살이 엄청 강하게 들어오는 날이었어요. 의자에 앉아 팔마 2 프로를 들고 책을 읽는데 "어? 화면이 원래 이렇게 선명했었나?" 싶더라고요.

팔마 2 프로와 같은 컬러 이북 리더기는 기본적으로 화면이 어둡잖아요. 그래서 프론트라이트를 켜지 않으면 너무 답답하기까지 했었는데, "강한 햇살" 아래에서 읽으니, 프론트라이트 없이도 화면이 아주 선명하게 잘 보이더라고요. 제가 이북 리더기를 구매할 때 기대했던, 바로 그 "아날로그 감성"이 정확하게 딱 실현되는 순간이었어요. 사길 잘했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 안드로이드 15를 달고 출시해서 최신 앱들과 더 오래 호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13이나 14에 비해, 
  • (직구시) 기본으로 같이 오는 케이스는 맥세이프가 들어 있어서 홀더를 쉽게 부착해서 간편하게 들고 볼 수 있어요,
  • 손 작은 편인데 그립감 괜찮고요!
  • 처음엔 반응이 너무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설정에서 새로고침 속도를 올리니 오, 꽤 빠르더라고요.
  • 데이터 유심 넣어서 사용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에 준하는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고 봐야겠죠? 
  • 가끔 "휴대폰 대체용"으로 팔마 2 프로를 찾으시는 분들도 보이던데, 기본적으로 통화/문자는 지원하지 않지만 메신저 앱을 통해서 휴대폰과 비슷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카카오톡의 페이스톡으로 테스트를 해 봤는데, 전면 카메라가 아예 없어서 후면 카메라가 켜지긴 하지만 마이크, 스피커 다 잘 작동돼서 문제 없이 통화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햇빛이 잘 들어오는 게 아닌, 프론트라이트를 켜서 사용해야 하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같은 기기인데도 많이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이내 '이게 지금 내 눈에 더 편한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됐죠.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다: 이북 리더기, 정말 눈에 편한 게 맞을까? 

화면을 보면서 "내가 지금 시각 정보를 이해하는 데에 미묘하게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만드는 요소가 세 개 있었어요. 

  1. 잔상
  2. 입자의 결
  3. 색깔 표현

잔상

먼저, 끔찍한 잔상의 현장을 한번 보시죠. (빠른 새로고침 모드로 해도 잔상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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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의 잔상을 만든 범인이 오른쪽입니다
잔상이 왜 생기냐! 이북 리더기의 화면은 수많은 마이크로캡슐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리고 그 안에 하얀 알맹이들과 까만 알맹이들이 점도가 있는 액체에 담겨 있습니다. 각각의 마이크로캡슐에 전압을 주게 되면, 두 종류의 알맹이가 전기적인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입자가 얼만큼 위로 올라갈지가 결정되는 구조예요. 까만색이 전부 위로 올라가면 마이크로캡슐이 우리 보기에는 까맣게 보이는 거죠. 반반 섞여 있으면 회색처럼 보이고요. 이 흑백 잉크 패널에서 그레이스케일을 먼저 표현한 다음에, 거기 부딪힌 빛이 그 위에 있는 컬러 필터를 지나면서 일부 빛이 흡수되며 색이 표현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각의 알맹이들이 마이크로캡슐 안에서 전압을 고루 받는 것도 아니고, 점도 있는 액체에 담겨 있기도 하고, 마이크로캡슐 벽과의 마찰도 있기 때문에 화면에 대한 정보를 전기신호로 제대로 주더라도 알맹이가 캡슐 안에서 차마 원활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이전 화면의 상태로 낑겨 있는 경우가 생겨요. 기술적인 문제라 전자잉크 패널의 경우 잔상이 원래 아주 없지는 않다고 합니다. 저는 이 잔상이 신경이 안 쓰일 줄 알았는데 계속 눈에 부딪히더라고요. 

입자의 결


두 번째는 입자의 결이 너무 느껴진다는 점인데요, 일반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점과 점 사이가 극도로 촘촘한 것에 비해, 이북 리더기에서의 마이크로캡슐 사이 간격은 꽤 넓은 편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컬러 이북 리더기의 경우 네 개의 픽셀이 각각의 컬러 필터를 지나서 섞이며 "하나의 색 점"을 표현하기 때문에, 해상도가 더 떨어지고, 입자 사이의 간격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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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자 결이 선명하게 느껴지죠?

모든 부분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특정 색상에서 유독 그 결이 눈에 더 잘 띄기는 하더라고요. 


색상

마지막으로 색상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컬러 이북 리더기에서는 흑백 잉크 패널은 그대로 있고, 그 위로 컬러 필터층이 있습니다. 반사광을 이용한다는 뜻은 사실 빛이 화면 안으로 들어갈 때 컬러 필터를 한 번 지나고, 부딪혀 나오면서 다시 한 번, 그러니까 필터를 총 두 번 거친다는 뜻이에요. 마이크로캡슐에서 표현하는 하얀색 자체도 완전 새하얗지 않은데, 거기다가 반사광이기 때문에 밝기가 애초에 낮고, 컬러 필터를 두 번 지나면서 추가로 빛이 대거 흡수된 데다가 픽셀 사이의 간격은 휴대폰에 비해 넓어서 색의 왜곡이 쉽게 생기는데, 그게 유독 도드라져보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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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밝은 초록색 표현의 비교

원래 원인을 파악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왜 "이렇게까지" 흑백스럽게 표현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왜 그럴까요? 아시는 분은 제게 텔레파시 좀... 

흑백이면 더 좋았을 것 


눈의 피로도라는 건 크게 세 종류에 의해 좌우된다고 저는 봅니다.

  • 눈이 얼마나 건조한가
  • 빛이 얼마나 강하게 들어오는가
  • 눈에 있는 근육(모양체근 등)이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가 
사실 이북 리더기가 눈에 더 좋다고 말하는 이유는, OLED나 LCD 같은 직사광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이나 방의 조명과 같은 반사광을 사용하기 때문에 눈에 들어오는 빛 에너지가 훨씬 줄어들기 때문일 텐데요, 

하지만 눈을 너무 오래 뜨고 있거나, 자세가 불량하거나, 화면이 흐릿해서 눈을 섬세하게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빛의 양이 아무리 적더라도 다른 기전으로 눈의 피로도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론트라이트를 끄면 화면의 질감이 더 매끄럽고 눈에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졌어요. 하지만 너무 어두워서 평소에는 그렇게 보기가 힘들어요. 그런데 제가 흑백은 아직 안 써 봤지만, 흑백 리더기를 쓰면 이 부분이 많이 해소가 될 것 같거든요? 그래서 사실 음... 팔마 2 프로, 너무 좋지만 

'나는 흑백파일세.'

라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프론트라이트 켜면 화면이 좀 부자연스러워서 별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