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스토리는 내가 초등학생일 때 나왔다. 

인생 첫 게임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일명 크아였고, 두 번째 게임이 이 메이플이었는데, 원래 어렸을 때의 추억이 무의식에 씨게 박히거든...! 그래서 아직도 메이플 브금만 들으면 그때로 돌아간 것 같은 묘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향수에 젖게 되는 건 요즘 메이플 절대 아니고 빅뱅 전 옛날 메이플인데, 그 향수를 합법적으로 다시 느낄 수 있는 루트가 생긴 것이다. 메이플스토리 월드의 메이플랜드! 

직접 플레이는 아무래도 나이가 있어서 시간 아까워서 못 하고, 유튜버들 보면서 대리만족 중이다. 오늘은 내 지극한 개인 취향이 들어간 메랜(혹은 옛메 관련) 유튜버들 추천 리스트를 만들어 보았다. 

카테고리를 좀 분류해 보았다. 

메이저 감성

대머리도적

대머리도적은 요즘 길어진 휴방 때문에 악플도 좀 많이 받는 것 같기는 한데, 나는 여전히 즐겨 본다. 많은 유튜버들, 특히 아직 초창기 유튜버들은 "나는 내가 편한대로 할 테니 볼 사람만 봐라" 하는 느긋한 그런 느낌이 강하다면, 이 대머리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광대가 되어 주는 그런 바이브가 강하다. 과장, 오바 그런 게 매력인 유튜버인데, 금전적인 통까지 커서 좋은 아이템들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저렇게 외향적인 성격이 못 돼서 한편으로는 존경스럽기도 한 사람. 더 크게 성장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반복되는 콘텐츠에 요즘 본인은 현타 느끼는 듯...? 난 본 거 또 봐도 재밌는데. 

진득출

정말, 정말, 정말 죄송한 표현이지만 대머리도적의 자매품 감성의 유튜버다. 사실 대머리도적의 편집자인데, 유머감각이 정말 엄청나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유머라는 게 정말 사람 마음에 확 다가가는 엄청난 능력인데, 진득출은 그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아마 메랜 유튜버들 중에 제일 웃긴 듯...?    

김데데

김데데는 음성이 예술이다. 약간 배달배(유명한 배달 유튜버) 음성이랑 비슷한데, 사투리가 살짝 섞여 있으면서 좀 친근한 감성이 담겨 있다. 화법을 보면 성격이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것 같아서, 처음 듣는 사람도 그냥 불편함 없이 두루두루 좋아할 것 같다. 볼 때마다 '어떻게 이렇게 귀에 목소리가 쏙쏙 들어오지?' 싶다. 나는 이게 제일 부러움, 사람들이 경계심 안 가질 것 같은 첫인상이다.

괴임

숏츠(Shorts) 전문인 것 같다. 정말 숏츠에 최적화된 감성이다. 좀 특이하다고 느끼는 건, 되게 재미 없을 것만 같은 소재와 유머 코드를 갖다가, 그런 감성이 없는 사람도 불편함 없이 재밌게 즐길 수 있게끔 가공하는 재주가 있다. 그래서 괴임 영상이 뜨면 항상 스킵하지 않고 보게 된다. (숏츠라 설명도 짧게 여기서 끝.)

테스터훈 

메랜 전문은 아니고, 게다가 이미 초대형 유튜버. 목소리, 편집, 콘텐츠, 재미 등 다양한 요소들 밸런스가 너무 좋아서, 일부러 찾아서 보지는 않아도 알고리즘에 뜨면 끝까지 본다. 

모아재

모아재도 정체성 꽤 분명한 캐릭터다. 영상의 상당히 많은 부분이 본인 웃음소리인 것 같은데, 그거 듣고 있으면 되게 자존감 높은 사람인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주눅들지가 않아, 사람이... 나는 분명 모아재가 내 취향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내면에서 혼자 '메~소익스플로젼! 삐융?' 이러고 있는 거 보고 아... 모며들었구나.. 생각했다. 

글자네

원래 글자네 스타일 좋아해서 메랜 올라올 때 한창 재밌게 봤는데 본인이 재미가 없는지 안 올린다. 떠났다. 팡이요도 재밌게 봤는데 떠났다. 흑. 

내가 특히 애정하는 부류 

이루즈도 장인 감성이 있다. 관심에 허덕이는 게 아니라 본인 자신에게 무언가를 한번 해 보자고 약속을 하고, 그걸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느낌. 그래서 영상에 감동이 있고, 영상 수 자체는 적어도 영상마다 길이가 대체로 길어서 집에서 일할 때 옆에 틀어 놓으면 딱 기분 좋은 배경음악이 된다. 

삼여는 목소리랑 편집 스타일, 감성이 정확하게 내 취향이긴 한데, 콘텐츠를 너무 포맷을 정해 놓고 강박적으로 만드는 느낌이라 정말 많이 안타깝다. 방향성만 조금 조절해도 엄청 푹 빠지게 될 것 같아서 관심만 두고 있는 유튜버다. 그런데 콘텐츠 제작하는 입장에서 왜 그러는 건지는 또 이해가 된다. 어차피 정성들여 창의적으로 만들었다고 사람들이 바로 알아주고 찾아와주는 것도 아닌지라... 그래도, 그래도! 아쉽다. 

아직 채널 규모는 많이 작지만 "이 카테고리의 감성"에 딱인 유튜버. 영상에서 음성 볼륨을 조금만 줄이면 듣기에 밸런스가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이 카테고리는 본인의 메랜 플레이가 아니라 옛날 메이플 자체를 순수하게 담아내는 유튜버들을 소개한다. 정말 기분 좋게 옛날 메이플을 추억하고 싶다 할 때 찾아보기 좋다. 

자세한 설명은 더하지 않았지만, 이 카테고리의 유튜버들은 전부 스토리텔링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 마음 적적할 때 배경에 틀어 놓기에 최적인 카테고리. 

마무리는 내가 지금으로부터 11년 전에 피아노로 쳤었던 메이플 브금. 지금은 아파트에서 피아노 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소음에 대한 개념이 생겨서 피아노 전부 버렸는데 저 때는 한창 피아노도, 피아노로 치는 메이플 브금도 애정했었다. 아무튼 둘 다 원곡 아주 그대로는 아니고 살짝 변형은 있다. 첫 번째는 악보도 없고, 그렇다고 귀로 음악을 딴 것도 아니고 그냥 기억대로 친 거고 두 번째는 당시 뽑았던 악보가 있었는데 거기서 살짝 변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