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읽지 않을 글 

초등학교 6학년 때, 졸업을 앞두고 반 친구들끼리 롤링페이퍼를 썼었다. 내가 받은 롤링페이퍼에서 아직까지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는데, 어떤 친구 녀석이 (그 나이에... ㅋ) 이렇게 썼다.

“야 OOO, 너 따지지 좀 마. 그 성격 좀 고쳐.” 

당시에 내가 뭘 어떻게 따졌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그 성격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아직도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이 왜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부터 궁금해진다. 끊임없이 “왜?”를 물어보면서 말이다. 

내가 프랑스의 한 시골 대학교에서 멀쩡한(?) 공학을 전공하다가, 갑자기 물리학과로 편입했던 것도 그런 이유였다. (결국엔 그마저도 중퇴했다.) 예전에 “문과 1등은 서울대 철학과, 이과 1등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간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는 머리도 그 정도는 아니고 성실함도 그 정도는 아니라서 대학 급은 한참 낮았지만,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갔다. 근본을 파고들다 보면 결국 철학과 물리학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도 물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학문들이 “굶어 죽는(?)” 대표 학문 취급을 받는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K-pop은 이렇게 흥하는데, 정작 음악의 근본에 가까운 클래식은 굶어 죽는 음악이 되어버렸다. 

굶어 죽을 수 있는 성향의 관심사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사회성이 한참 결여되어 있는 시각장애인인 나에게 1인 웹 블로그 개발 및 운영은 방 안에서 논리사색만을 이용해 꽁냥거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선택지 같았다. 그런데 한 세 개 정도의 블로그 개발을 마치고서, 본격적으로 포스팅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나 또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 주제에 대해서만 떠들고 있나..."

SNS나 블로그 등 온라인에 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갖게 되는 공통된 생각이 하나 있다. '이 세상 누군가는 내 글을 읽을 수도 있을 것.' 말로는 아무도 보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일기장에 써도 될 말들을 온라인에 남기는 이유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내 글을 읽어 줬으면 하는 바람에서일 것이다. 

나도 그런 희망에 취해서 진심으로 글을 쓰고, 검색량을 체크하기를 며칠,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지금 공원에 나가면 북적북적하게 있는 아줌마, 아저씨, 형님, 누님들, 애기들... 그들 중 도대체 누가 지금 내가 쓴 글을 검색해서 볼까?" 

그들 중 도대체 누가 나와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을 것이며, 도대체 누가 때마침 그 관심사에 대해 궁금한 게 생길 것이며, 도대체 누가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글"이라는 매체를 선택해 검색이라는 활동을 할까? "이 세상 어딘가의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읽히기를" 하고 희망을 걸기엔, 그러고 있는 내가 너무 굼뜬 바보처럼 느껴졌다. 

인기 검색 키워드의 아이러니함 

어떤 키워드가 인기가 있다는 것은, 그것이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되었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그 키워드의 노출량이 많다면, 그것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인기 검색 키워드라는 건 따로 "찾아볼" 필요가 없다. 애초에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 "인기 키워드"니까 말이다. 네이버에 들어가면 뜨는 뉴스들, 검색하면 뜨는 연관 키워드들, 구글 검색창에 첫 글자를 입력하면 밑에 주르륵 뜨는 자동 완성 키워드들, 유튜브 인기 동영상의 제목들, 그렇게 내 눈 앞에 이미 늘 있어 왔고, 지금도 언제든 접근할 수 있는 그것들이 바로 "인기 검색 키워드들"이다. 

만약 이런 키워드들을 좀 더 체계적인 형태로 보고 싶다면, 구글 트렌드(Google Trends)를 이용하면 된다. 구글 트렌드 페이지에 들어가면, 무료로 나라별 실시간 인기 검색어들과 대략적인 검색량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블로거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한 "인기 키워드"가 아닐 것이다. 이미 그와 연관된 콘텐츠가 많이 있어서 지금도 활발하게 소비되고 있는 키워드가 아니라, 사람들이 궁금해서 검색은 하는데 아직 관련 콘텐츠는 없어 그 주제로 글을 쓰면 검색 결과 상단에 뜰 확률이 높은 키워드가 바로 황금 키워드이다. 그런데 이런 정보는 고급 정보라서 아무도 절대 곱게 알려주지 않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시장의 작동 방식에 대한 고찰 

마케팅, 마케팅 할 때 그 마켓이라는 말은 장터, 시장이라는 뜻이다. 시장에서 물건을 늘어놓았다고 해서 거래 행위가 자동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닌데, 그 거래를 실제로 일어나도록 하기 위한 모든 활동들을 "마케팅(marketing)"이라고 한다. 

마케팅에서의 가장 핵심은 "판매자와 소비자간의 거래"가 일어나는 것이고, 그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이 마케팅 과정에서 고려할 대상이 된다. 사람들의 관심사, 나와 비슷한 걸 팔고 있는 경쟁사, 내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 제품을 알리는 방법, 판매 경로, 브랜드 이미지 등... 웹 시장에서 트래픽이나 키워드는 이것들을 알 수 있는 핵심 정보와도 같다.

우리가 검색을 하면 그 검색 요청이 구글 서버로 들어가므로 구글은 당연히 어떤 키워드에 사람들이 얼만큼 관심이 있는지를 정확한 수치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정보는 비공개로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사업적 가치(비즈니스 비밀) 

검색 데이터는 구글의 핵심 자산이다. 정확한 검색량을 공개하면 경쟁사(예: Bing, Baidu)가 전략을 세우기 쉬워지고, 광고주가 구글 광고 없이도 시장 조사를 할 수 있게 된다 →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개인정보·프라이버시 문제 

검색어 자체가 사용자의 관심사, 고민, 건강 상태 등 민감한 정보와 직결된다. 특정 키워드 검색량을 공개하다 보면, 소수 검색 키워드에서 개인을 식별할 위험도 있다. 

데이터 남용·시장 왜곡 방지 

정확한 검색량이 공개되면, → 특정 키워드에 인위적으로 검색을 몰아 경쟁을 조작하거나 → 투자·주식·정치 여론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대신 대략적인 수치(Google Trends)만 제공하는데, 굳이 이를 공개하는 이유는 트렌드의 대략적인 흐름을 공개함으로써 당사가 얼마나 유행을 잘 따르고 있는지도 피력하고 구글과 연관되어 있는 마케팅 시장에도 활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SimilarWeb 같은 사이트들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구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 외에 트래픽이나 키워드 관련 정보를 얻으려면 꽤 비싸다. 나 같은 개인은 접근하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저런 업체들에서 어떤 웹사이트에 트래픽이 얼마나 몰리는지, 사람들이 키워드로 검색하는지를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는 걸까? 

사실 이런 정보들은 구글처럼 직접적인 원천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하면 100%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래서 SimilarWeb이나 Ahrefs, SEMrush 같은 업체들은 여러 가지 간접적인 방법을 조합해서 통계를 만든다.

1. 브라우저·플러그인·앱 데이터 수집
크롬 확장 프로그램, 무료 VPN, 보안 앱, 툴바 등을 설치한 사용자의 웹 사용 기록을 익명화해 수집. 어느 사이트에 얼마나 접속했는지, 체류 시간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추정한다.

2. ISP·네트워크 제휴 데이터
일부 국가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와 제휴해 트래픽 샘플 데이터를 받기도 한다. 정확한 개인 정보는 제외하고, 대역폭·도메인 단위의 접근량을 집계한다.

3. 웹 크롤링·검색 엔진 데이터
검색엔진에서 특정 키워드로 노출되는 사이트, 백링크, 클릭 경향 등을 수집해 트래픽을 역추정한다. Ahrefs 같은 SEO 툴은 이쪽 비중이 높다.

4. 패널 데이터·샘플링·통계 모델링
실제 수집 가능한 데이터는 일부이므로, 통계 모델을 이용해 국가별·디바이스별 트래픽을 추정한다. 그래서 사이트 규모가 작으면 통계 오차가 크고, 큰 사이트일수록 비교적 정확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웹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앱을 사용하면 거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약관에 동의를 얻는 경우가 많은데, 개발자들이 그렇게 데이터를 수집한 다음에 그 데이터를 판매하면, 구입한 데이터를 통계를 내서 저런 트래픽이나 키워드 같은 마케팅에 유용한 정보로 가공하는 것이다. 더 쓸모 있게 가공하는 과정에서 통계 모델이 쓰이는 것이고 말이다. 그러니, 이런 정보는 한 개인이 수집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블로거들이 시장 상황은 모르는 상태로 정성 들여 글을 쓰고, 글이 노출되지 않아 좌절하고, 그만두는 씁쓸한 순환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