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U는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에겐 너무 복잡해보이는 단어다. 무언가의 약자라서, 그 무언가를 알 턱이 없는 일반인에겐 이름만 보고 그 의미나 역할을 추측한다는 게 불가능하다.
C: 컴퓨터의 중심부에서 (Central)
P: 뼈 빠지게 계산하는 (Processing)
U: 팀 (Unit)
컴퓨터는 엄청 빠른 계산기다.
그런데 저장 기능이 있는 계산기다.
저장 기능도 있고 계산도 엄청 빠른데, 단순한 숫자가 아닌 화려한 색상과 형태, 그리고 소리로 결과를 보여주는 계산기다.
느릿느릿한 손짓과 발짓이 아닌 회로를 따라 엄청 빠르게 움직이는 엄청 작은 전기 알맹이를 이용해 계산하는, 초스피드 계산기다.
전기 알맹이가 너무 빨리 움직이는 나머지, 마찰열이 쉽게 발생하기도 하는, 그렇게 시간에 따라 늙기도 하는 계산기이다.
용도에 맞는 특별한 계산기를 직접 만들어 저장했다가 불러오는 것이 가능한, 유연한 계산기이다.
그리고… 속도가 매우 빠른, 전기라는 특성을 다시 한 번 이용해 아주 멀리 있는 사람과 순식간에 소통을 하게 해 주는, 친절하고도 유능한 계산기다.
일상적으로 풀어 본 컴퓨터에 대한 이 짧한 묘사에는, 사실 컴퓨터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거의 모든 기본 개념이 다 들어가 있다.
이 CPU 장에서는, 가장 첫 문장, "컴퓨터는 엄청 빠른 계산기다"에 해당하는 계산기로써의 컴퓨터를 다룬다.
1장. 아름다움은 한정된 자원의 무한한 조합에서 온다 — 트랜지스터의 선행 지식
"가진 게 없어서 성공하지 못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먼저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근사한 장면들은, 무한한 재료를 쏟아부어서 만든 게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자원 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조합을 찾아낸 누군가의 노력으로 완성된 결실에 가깝다.
아무리 재료가 많아도, 그 재료를 빛나게 만드는 조합을 찾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니 “나는 가진 게 없어서 성공할 수 없어”라고 투덜대기보다, 내 성격이 되었든, 습관이 되었든,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그런 특성들을 모두 일종의 자원이라 여기고 그것들의 가장 아름다운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연필로 그린 그림이어도, 연필만이 그려낼 수 있는 아름다움을 용케 찾아낸다면 사람들은 더 이상 연필이라는 소재 자체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한정된 자원이 만드는 무한한 가능성
“CPU 이야기 하면서 왜 인생 얘기를 하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세상의 진리가 그렇고, 컴퓨터도 그 진리 위에서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보이는 이유는 바로 조합이라는 개념 덕분이다. 밀가루와 물이라는 단 두 가지 재료만 있어도, 어떻게 반죽하고, 성형하고, 조리하느냐에 따라 수십, 수백 가지의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0과 1로 만드는 핑크빛
컴퓨터는 메마른 은행 업무 처리부터 해리포터 같은 신비로운 배경음악이 흐르는 판타지 영화 시청까지,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경험을 선사한다. 언뜻 보면 컴퓨터는 모든 세계를 창조하는 마법 상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체는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스위치를 켜거나(1), 끄거나(0)” 단 두 가지 동작밖에 하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계산기일 뿐이다. 우리가 흔히 “컴퓨터는 0과 1밖에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예시: 이진수로 표현한 색
11111111 11000000 11001011
이 단순한 이진수는 10진수로 각각 255, 192, 203을 의미한다. 이 세 숫자는 각각 빨강, 초록, 파랑의 빛의 세기를 나타낸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대부분의 색은 RGB(빨강·초록·파랑)의 조합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OLED 모니터의 하나의 픽셀 안에는 빨강·초록·파랑 LED 소자가 각각 박혀 있다. 위의 이진수를 신호로 받으면, 빨강 LED는 255, 초록은 192, 파랑은 203의 밝기로 빛을 낸다. 그 빛들이 섞이면 우리의 눈엔 핑크빛으로 보인다. “켜거나, 끄거나”뿐인 바보 같은 계산기가 핑크빛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순간이다.
스위치는 어떻게 그렇게 빨리 움직일까
컴퓨터는 0과 1만으로 연산을 엄청 빠르게, 엄청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스위치를 누르는 데만 0.5초는 걸리지 않나? 컴퓨터는 어떻게 그렇게 순간적으로 스위칭할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물리적 스위치가 아닌 전기적 스위치에 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하는 초미세 도구가 바로 트랜지스터다.
트랜지스터를 이해하기 위한 작은 세계의 법칙
세상의 모든 물질은 원자라는 작은 알갱이로 이루어져 있다. 내 손도, 책상도, 돌멩이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세상이 모래처럼 흩어지지 않고 단단한 이유는, 원자들이 서로 결합해 안정된 구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원자는 + 전하의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며 - 전하를 띠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는 양파 껍질처럼 여러 겹의 껍질 궤도를 따라 배열된다.
원자가 가진 전자 개수와 배열에 따라 서로 다른 성질의 원소가 된다. 금, 은, 철, 구리, 탄소, 산소 등, 지금까지 인간이 발견한 원소는 118종류다.
결국 세상의 모든 물질은 단순하다. 원자 속 전자의 개수와 배열이 다를 뿐인데, 그 작은 차이가 완전히 다른 세계를 만들어낸다.
실리콘, 그리고 다음 장
트랜지스터는 주로 실리콘(Si)이라는 원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실리콘 원자에는 총 14개의 전자가 있고, 그중 가장 바깥 껍질에는 4개의 전자가 있다. 이 바깥 껍질은 전자가 8개일 때 가장 안정적이므로, 실리콘은 주변 실리콘 원자들과 4개의 전자를 서로 나눠 갖는 공유결합을 형성한다. 마치 서로를 꼭 끌어안는 연인처럼, 부족한 전자를 채워 안정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아주 조금의 다른 원소를 섞는 순간, 실리콘은 완전히 새로운 성질을 갖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 원리가 트랜지스터의 핵심이다.
To be continued…
2장 — (coming soon)
콘텐츠가 곧 올라옵니다.
3장 — (coming soon)
콘텐츠가 곧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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