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접근성이라는 건 한창 웹 개발 공부를 하는 나에겐 참 메마른 주제였다. 나부터가 중증 시각장애인이지만, 아직 나는 컴퓨터 화면 정도를 보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고, 그래서인가... 웹 접근성을 고려한다고 대체 텍스트를 입력하고, 글씨 크기를 고려하고, 레이아웃을 고려한다는 게, 그냥 내 상상력을 제한하는, 하지만 굳이 또 그렇게 한다고 더 많은 방문자가 생기는 것도 아닌, 썩 생산적이지 않은 "부수적인" 일로 느껴진 것이다.
오늘 문득 유튜브 영상을 하나 보았다. 그냥 일반적인 일본 애니 리뷰였는데, 평소에는 그렇게 호흡이 빠르면서 동시에 자막이 중요한 영상을 볼 일이 거의 없다. 내 좁은 시야로 자막의 첫머리를 찾는 데에는 눈이 건강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여기가 첫머리구나’ 하고 자막을 서둘러 읽고 화면으로 시선을 올려 내용을 조합하려는 찰나, 다음 화면으로 휙 넘어가 버린다. 자막이 썩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색깔도, 크기도, 위치도... 간간히 들리는 나레이션이 내용을 파악하는 데 그렇게 귀한 역할을 했다. 댓글창을 보았다. 사람들은 그저 그 애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바빴다.
그렇지, 바로 이 외로움이었지. 나는 아직 세상의 자극을 파악하고, 그걸 내 내면과 조화시키며 누릴 준비가 안 됐는데 세상은 이미 그렇게 흘러가 버리고 있고, 나는 결국 뒤처져서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지 못하는 일, 이 소외감, 현실에서는 참 자주 있었지. 프랑스에서 유학 중일 때도 우리 동네에서 축제가 있을 때면 나는 되도록 방 안에만 있었다.
그런데 컴퓨터 화면이라는 공간이 나에겐 좀 더 편안하다고 해서, 이 공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을 다른 누군가를 나는 배려할 마음이 없었지. 나부터가 시각장애인인데도 웹 접근성에 대한 인식이 이런데, 일반인은 오죽할까? 그래서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는 것일 것이다. ‘당신의 의식 수준이 아무리 사회적 소수자에게 깨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이것만 지켜 주시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질 겁니다’ 하고 나라 차원에서 법으로 정해준 것... 그게 제도의 역할이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