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AI를 이용해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하며 AI 강의를 하는 이유는 심플하다. AI를 이용해 돈을 버는 것보다, AI를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의해서 돈을 버는 게 더 창의력을 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를 몇 개 들어 보자.

1. 전자책

전자책은 만들어서 출판하는 과정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전자책으로" 유명해지기는 어렵다. (유명해진 케이스가 있기는 한가?)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글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 영상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 비해 수가 많이 없고, 글을 읽고자 하는 사람이 커뮤니티나 블로그가 아니라 "책"이라는, 그것도 "전자책"이라는 특정한 수단을 선택할 확률은 더 낮으며, 그 소수의 사람이 검색한 책의 제목이 내가 쓴 전자책의 주제와 연관되어 있을 확률은 더욱 낮고, 그 사람이 내 책의 미리 보기에 이끌려 책을 최종적으로 구매하게 될 확률은 더더욱 낮다.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책을 썼다고 해서, 내가 책을 출판하자마자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책에 담긴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힐링을 받을 거라는 건 많은 사람이 갖는 가장 기본적인 환상이다. 책의 구매는 구매자의 "소유욕"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이 책을 내 (전자)책장에 소유해서 언제든 꺼내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게 쉬울 리가 없다. (전자책 시장에는 전자책을 위한 전자책만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아날로그 베스트셀러들의 전자책 버전도 전부 경쟁 상대이다.) 

반면, "전자책으로 돈 벌기"라고 주제를 바꾸는 순간 저 과정들은 확 단순해진다. 전자책으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수요)은 분명히 있다. 쉬운 부업을 찾는 사람들이다. 사람들을 만나기는 싫고, 육체노동도 하기 싫은 사람들. 남이 시키는 거 말고, 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내 얘기"로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 전자책 작가는 전통적인 작가들처럼 나만이 갖고 있는 아주 유니크한 경험이 없어도, 오랜 시간 갈고닦은 독특하고 예술적인 문체가 없어도, 그 책을 쓰기 위해 내 온몸의 기운을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된 세상에 몇 년 동안 적시는 과정이 굳이 없어도 책을 펴낼 수 있다. 출판사라는 필터가 없어서 더더욱 진입 장벽이 낮다. 마감을 재촉하는 사람도 없고, 그저 내가 출판할 플랫폼에 수수료나 몇 푼 떼이면 그만이다. 그리고,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여기서는 전자책으로 돈 버는 방법을 배우려는 사람들)은 강의건 책이건, 구매라는 행위를 통해 내가 배움에 한 발 다가갔다고 느끼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 책을 구매할 확률도 높다. 

그런 사람들에게 "전자책은 이렇게 써서, 이렇게 편집하고, 이렇게 표지를 디자인해서, 이렇게 팔면 됩니다"라는 너무 쉬운 설명과 함께 아주 극소수의 성공 사례를 들며 "이것 보세요, 이 사람은 전자책을 이용해 이렇게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하면 사람들은 당연히 혹할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는 문어발 프랜차이즈 방식(!)과 비슷하다. 식당을 차려서 성공하는 것보다, 식당을 차리라고 권유해서 성공하는 게 더 돈을 벌기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말이다. 

2. 클래식 음악 

클래식 음악(내 옛 전공이 클래식 음악이었음)도 마찬가지다. 정말 활동하는 "클래식 음악가"로 성공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애초에 클래식 음악을 소비하는 인구가 적고(그런데 이 사실을 내가 클래식 음악을 전공하는 동안엔 체감하기 힘듦), 그 인구 중에 굳이 발걸음을 해서 실연을 듣고자 하는 사람은 더욱 적고, 그런 사람을 상대로 나를 마케팅하는 것도 클래식 음악은 다른 분야에 비해 특히 더 많이 어렵다. 그런 클래식 음악계에서 대다수의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이 돈을 버는 수단은 무엇이냐. 바로 교육이다. 참 아이러니한 게, 어떤 사람이 한 연주를 "너무 좋다"고 말해 주는 사람을 찾는 건 정말 어려운데, 그런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가르침을 받으려는 수요는 그보다는 더 흔하다.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선생님의 연주가 너무 좋아서 그 선생님께 레슨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교육은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다. 사실 정말 참된 교육은 한 사람을 옆에 끼고, 정말 장인이 기술을 전수하듯 도제식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는 게 돈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점점 어떤 분야든지 정말 그 분야의 정수를 활용해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보다, 그 분야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교육을 함으로써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난다. AI 강의가 많이 생기는 것도 그런 흐름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여담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AI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코딩과 글쓰기와 디자인에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러면서 깨달은 건데, AI를 이용한 티가 나도 문제가 되지 않는 케이스와, AI를 쓴 티가 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기대가 짜게 식고 금방 외면받는 케이스가 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더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