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시딩의 본질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이윤 창출은
원재료의 기능적 조합(=좋은 제품 혹은 좋은 서비스)에 원가 이상의 가치를 매겨
다른 사람에게 판매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제품을 이상적인 형태로 만들어내는 일은 연구원, 개발자들이 하는 일이고,
마케팅(marketing)은
시장에 이 제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직접적(제품 사용) 혹은 간접적(제품 디자인, 홍보 디자인) 경험을 제공하며,
매력적인 인상을 심어 (재)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인플루언서 시딩이다.
시딩(Seeding)은 씨를 뿌리는 행위를 말한다.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씨)을 보내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여
자연스러운 바이럴 효과가 “자라나도록” 기대하는 전략이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B2B(기업대 기업), B2C(기업대 소비자) 구조로 설명되지만,
인플루언서 협업은 옛날에 집집마다 다니며 보험을 판매하던 것처럼 그 제품을 구매할 개인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업을 상대로 한 것도 아닌, 아주아주 독특한 마케팅 영역을 차지한다.
틱톡 인플루언서 시딩 업무
시딩 업무에서 개인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 협업 제안을 했을 때 실제로 수락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일 것
(특히 무상 협찬의 경우, 규모가 너무 큰 채널은 수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그 사람이 제품을 홍보했을 때 충분한 사용자 반응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을 것
(최근 영상의 조회수 흐름, 콘텐츠 성향, 브랜드와의 결 방향성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유상 협찬은 금전적 보상이 있기 때문에 수락률이 높지만,
무상 협찬의 경우 제품은 무료로 받더라도
영상 제작 자체가 추가 노동이고,
크리에이터 본인의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락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개인적인 고충
이 업무를 시작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나는 구글에서 키워드 검색을 통해 인플루언서 페이지 링크를 먼저 대량 수집해 리스트를 만든다.
그다음 이전 협업자들과의 중복을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제거하고, 링크 하나하나 직접 들어가서 콘텐츠의 질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시딩 밑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4시간에 50명, 아주 효율이 좋으면 최대 80명까지도 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이후 DM을 보내면 그중 1~2명, 많으면 3~4명 정도에게서 긍정적인 응답이 온다. 우리가 늘 받는 "어휴, 또 광고 문자" 같은 인상을 자아내는 작업을 내가 직접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쩌나, 그게 바로 마케팅인 것을...
이 업무 프로세스를 보면 분명히 자동화가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자동화가 충분히 가능한 부분
먼저, 인플루언서 페이지 링크를 수집하는 단계는 기술적으로 자동화가 가능하고, 틱톡 서버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구글에서 관련 키워드에 site:tiktok.com을 붙여 검색한 뒤,
“짧은 동영상” 탭에서 결과를 모두 펼치고, 크롬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인 Link Grabber를 사용하면
화면에 표시된 링크를 한 번에 수집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이미 브라우저에 로드된 HTML 내의 링크를 추출하는 것이므로 추가적인 트래픽을 생성하지 않는다. 즉, 틱톡 서버에 부담을 주는 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기술적·네트워크 측면에서 문제될 여지는 거의 없다. 구글 측에서 이미 수집해 놓고 보여 주는 정보를 내가 재수집하는 셈이다.
이후 수집된 링크(https://www.tiktok.com/@사용자/videos/... 형태)를
정제하고, 기존 리스트와의 중복을 제거하는 작업 역시
파이썬 등의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합법적·안전하게 자동화할 수 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 프로필의 정보를 읽는 것(=트래픽 발생)
하지만 마케터에게 정말 필요한 정보는 단순한 “링크”가 아니라,
링크를 눌렀을 때 로딩되는 실제 프로필의 데이터다.
예를 들어, 팔로워 수, 최근 영상 개수, 콘텐츠의 성향, 조회수·좋아요 흐름, 연락처 링크 등이다.
이런 정보를 확인하려면 결국 틱톡 서버에 접속해야 하고,
이때 요청 트래픽이 발생한다.
틱톡은 비정상적 패턴(너무 빠른 요청, 반복 요청 등)을 감지하면
일시적인 제한 또는
접근 차단을 걸어 자동화를 막는다.
즉, 완전한 자동화는 현실적으로 매우 제한적이고,
속도를 높이면 즉시 제약을 받게 된다. (링크 여러 개를 동시에 열기만 해도 바로 제압(?) 당한다.)
그래서 자동화를 전부 적용하기는 어렵고,
동시에 “어디까지가 기술적으로 허용되는가”에 대한 고민도 생긴다.
나는 이 업무가 재밌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더 잘하고 싶은데,
기술적 한계가 너무 명확해서 종종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한지(마케팅은 정말 단순 반복 업무일 수밖에 없는 것인가?),
그리고 기존의 인플루언서 분석 도구들은
어떻게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