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채널주가 “여러분들도 이건 절대 산 걸 후회하지 않는다 하는 템이 있으신가요?” 하는 질문을 남겨 놓았었다. 흥미롭네 하고 댓글창을 여는데, 핸드폰이나 노트북 같은 건 늘상 손에 붙들고 쓰는 전자기기니까 그렇다고 치지만 의외로 자주 등장하는 두 가지가 바로 음식물 처리기, 그리고 로봇청소기였다.

갑자기 신뢰가 확 갔다. 그렇단 말이지...?

둘 다 없이 살아 온 내 입장에서는 둘 다 “굳이?” 싶은 물건들이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너무 편하다고 하니, 솔깃했다.


다들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거 아냐? 저 사람들도, 나도 다 같은 사람들인데.


마침 엄마 생신도 다가오고, 로봇청소기는 내 현재 벌이로 사기엔 출혈이 큰 선물이었긴 하지만 내 철학 중 하나가 “형편이 나아진 다음에 효도하려고 하면 늦는다”여서 느낌 왔을 때 그냥 추진했다.


로봇청소기 고르는 기준


로봇청소기를 써 봤어야 고르는 기준도 있는 거지, 내가 뭘 알겠나... 그냥 “로봇청소기 디시”라고 검색해 놓고 그들 특유의, 예쁘게 들리기 위해 굳이 정제하지 않은 날 토론의 장(?)을ㅋㅋ 찬찬히 살펴보았다.

어떤 건 이래서 별로고, 어떤 건 저래서 별로고... 어느 한 글에서 찬양을 하고 있으면, 다른 글에서는 까기 바빴다. 어떤 한 브랜드의 어떤 모델에 마음을 붙이려다가도 이내 그걸 까는 글이 보이면 마음이 다시 식기를 반복했다.


어떤 건 앱 사용이 별로고,

어떤 건 흡입력이 별로고,

어떤 건 걸레질이 꼼꼼하지 않고,

어떤 건 곰팡이가 잘 생기고...


그게 사실인지 여부는 아직 판단력이 없는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고, 그냥 읽히는 족족 속수무책으로 다 믿는 수밖에 없었던 나는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휘둘려 다니다가

쿠팡에 검색하면 드리미 L40s Pro Ultra가 제일 먼저 뜨기도 하고, 평도 괜찮은 것 같아서 이걸 사려고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구매를 고민하는 바로 하루 전날까지 이벤트를 했었더라? 5만 원 상품권에 소모품까지 세트로 주는... 게다가 내가 사려고 할 때는 평소 가격보다도 살짝 오른 상태였다.


이 가격에는 절대 못 사지...

손해 보고는 절대 못 사지!


...하고 더 둘러보는데, 로봇청소기는 한 번 사면 오래 써야 하니까 저렴한 건 영 눈이 안 가고, 로보락 S8 MaxV Ultra가 눈에 띄었다. 2024년 플래그십(최상위) 모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폴센트에 등록해 놓았다. 쿠팡에서 파는 물건들 가격이 상시 변동하는데, 그 변화 추이를 알려주는 앱이다. 그런데 불과 하루이틀 지나니까 갑자기 알림이 뜨는 거다.


“역대 최저가, 지금 사세요!”


S8 MaxV Ultra가 원래 쿠팡에서 약 139만 원 정도였는데 119만 원에, 즉 20만 원 정도 더 저렴하게 팔고 있었다. 원래 꼭 저 모델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있던 건 아니지만 할인율 보자마자 그냥 아무 고민도 없이 “이건 사야 돼”가 됐고, 그렇게 구매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잘한 일이었다. 하루 지나니까 바로 다시 139만 원이 됐고,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138만 원이더라.


로보락이 한국에서 로봇청소기 브랜드 중에는 제일 유명하다고 했다. 그래서 AS를 받기도 수월해 보였다.


로보락 S8 MaxV Ultra 이용 후기


결론부터 말하면, 사길 잘했다. 완벽한 기기는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유용하고, 충분히 든든하다.

우리집은 직배수를 설치할 여건이 안 돼서 물통을 가는 모델을 써야 했는데, 물통도 엄청 직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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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보락 정수통/오수통

그냥 왼쪽이 정수통, 오른쪽이 오수통이라서(물방울 디자인 누가 했는지 정말 칭찬해) 정수통에는 깨끗한 물을 채우고 오수통에 있는 더러운 물은 비우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이 이게 귀찮아서 직배수를 하라고 했던 건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구나...

“Hello, Rocky!” 하면 대답도 하는데, 딱 정해진 명령어 몇 개만 정확하게 말해야 알아듣지, 무슨 빅스비나 ChatGPT, 제미나이 같은 정도의 자연스러운 대화가 되는 인공지능은 아니라 그건 앞으로 더 발전해야 하는 부분 같았다.

신발장에 혼자 빠지는 일이 있기도 해서 그 구역은 진입 금지 구역으로 앱에서 따로 지정을 해야 했고...(초기 설정은 나이 든 부모님이 혼자 하는 건 좀 무리고 자식이 도와줘야 함)

의외로 카페트 같은 거에 걸리는 일은 없다. 오히려 카페트 위로 올라가면 알아서 물걸레를 잠깐 멈추고 “청소기 모드”로만 더 세게 돌린다. (기특해.)

중간에 물걸레 세척하러 잠시 자기 집(?)에 들어가기도 하고, 충전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알아서 들어간다.

제일 편한 건 당연히 평소에 감히 청소할 엄두를 못 냈던 침대 밑도 들어가서 꼼꼼하게 청소해 준다는 거였고... 한 번 돌리니까 오수통에 새까만 물이 가득한 걸 보고 제 기능을 잘하고 있군 싶었다.

약간 뭐랄까... 애완동물 같은 느낌이다. 귀엽다.

얘가 침대 밑 같은 어두운 곳에 들어갈 때는 알아서 조명을 켜고 들어가는데, 엄마는 그걸 그렇게 사람 같다며 신기해하셨다. 나는 재택근무를 하니까 방 책상 앞에 앉아서 일을 하고 있으면 방에 쓱... 들어와서 침대 밑으로 들어가는데 그게 너무 정말 사랑스럽다.

▲ 침대 밑에서 나오고 있는 로보락

우리 집엔 그런 기조가 있다.

우리 엄마의 내면에는 “써 보고 싶다, 바꾸고 싶다, 사고 싶다” 뭐 그런, 인간으로서 충분히 가질 수 있을 욕구들이 있는데, 먹는 데 돈 쓰는 것만 가치가 있고 그 외의 것은 돈지랄(?)이라고 여기는 아빠 옆에서 엄마가 주눅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빠가 돈이 안 새는 사람도 아니다.)

엄마도 분명 로봇청소기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고 했다.

이렇게 생신을 핑계로 아들인 내가 대신 일을 저질러 주는 게, 내가 생각해도 센스 있었던 것 같다. 대만족!